1만 원으로 루치오 폰타나를 소유한다고? 나의 '조각투자' 경험
목차
1. 2021년, 흔들리던 '소유'의 개념
2. 내가 루치오 폰타나를 소유할 수 있다고?
3. '공간주의'와 루치오 폰타나
4. NFT와 조각투자
5. 1만 원으로 시작한 파트너십
1. 2021년, '소유'의 개념이 흔들리던 해
2021년은 자산 시장의 역사에 기록될 만큼 뜨거운 해였다. 보이지 않는 디지털 코드 조각인 NFT(대체 불가능 토큰)가 수십억 원에 낙찰되고, 형체 없는 코드에 전 세계가 열광하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미래의 가치에 베팅하며 '디지털 소유권'이라는 낯선 개념에 올라탔다.
하지만 나는 질문을 던졌다. "형체 없는 코드에 수억 원을 지불한다고?”, “코드를 소유하면 저작권을 보장받아 디지털 원본 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과연 원본과 카피본의 감흥이 다를까? 소유자로서 감상하는 기쁨을 어떻게 누리지?”
당시 나는 유행의 중심이었던 ‘디지털 코드 조각’ 대신, ‘실물 조각 자산’에 더 관심이 갔다.
‘미술품 조각 투자’, 즉 개인 컬렉터가 소유하기에는 장벽이 높은 수억 원을 호가하는 미술품을 마치 주식처럼 수천, 수만 개의 조각으로 쪼개어 발행한 조각들 중 일부를 소유하는 것.
전시장 안, 눈앞에 보이는 캔버스를 뚫은 ‘구멍’과 과감하게 그어진 날카로운 '칼자국'에 주목했다. 그것은 숫자가 아닌 역사가 증명하는 '실체적 가치'에 대한 확신이었다.
2. 성수동에서의 운명적 만남: “내가 루치오 폰타나를 소유할 수 있다고?”
2021년 5월, 성수동의 한 전시장. 그곳에서 나는 전후 현대 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를 마주했다. 그의 작품은 당시 조각 투자 형태로 공개 중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폰타나 작품의 ‘한 조각’을 내가 소유할 수 있다고?

3. '공간주의(Spazialismo)'의 창시자, 캔버스를 뚫어버린 루치오 폰타나
루치오 폰타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인 회화의 틀을 파괴한 혁명가다. 그의 핵심 세계관인 '공간주의'는 2차원의 평면인 캔버스를 뚫고 나가 공간을 확장하여, 그 너머의 실제 공간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 시대적 배경: 1940~50년대, 인류가 우주로 눈을 돌리던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는 예술 역시 무한한 공간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 핵심 기법: 캔버스에 구멍을 뚫는 '부키(Buchi)'와 칼로 베어내는 '탈리(Tagli)' 기법은 단순한 파괴가 아닌, 관람자의 시선을 캔버스 뒤편의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안내하는 통로다.
- 거장의 위상: 그는 오늘날 캔버스 하나로 수백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블루칩' 작가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그의 1952년작 사다리꼴 캔버스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공간과 시간을 베어낸 철학적 실체였다.

4. NFT가 던진 질문, 조각투자가 내놓은 답
사실 '조각투자'라는 개념이 대중화된 배경에는 NFT의 공이 크다. NFT 열풍은 우리에게 "디지털 코드도 소유할 수 있는데, 왜 실물 미술품은 쪼개서 소유할 수 없는가?"라는 도발적인 힌트를 던졌다.
NFT가 디지털 소유의 길을 먼저 열었다면(선행), 조각투자는 그 흐름을 타고 실물 자산으로 그 영역을 구체화한 결과물(후행)인 셈이다.
당시 미술품 조각투자는 특정 플랫폼이 고가의 실물 작품을 매입한 뒤, 이를 수천 개의 지분으로 나누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당시만 해도 금융 제도가 명확하지 않은 실험적 시장이었지만, “거장의 작품을 소액으로 공동 소유한다”는 개념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2021년, 내가 NFT 대신 조각투자를 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 눈앞에 보이는 실체: NFT가 디지털 세상의 약속이라면, 이건 수장고에 실존하는 '캔버스의 무게'를 담보로 했다. 디지털 소유의 가능성도 흥미로웠지만, ‘실물 예술이 주는 물성’ 쪽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 가격 방어력의 차이: 누군가의 변덕스러운 팬덤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신생 자산과 달리, 폰타나는 수십 년간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 형성된 견고한 시세 데이터가 존재한다. 즉, '근거 있는 가격'이었다.
- 예술적 아우라: 코드로 이루어진 이미지가 줄 수 없는, 거장의 손길이 닿은 캔버스의 질감과 그 속에 담긴 '공간주의' 철학을 소유한다는 즐거움은 비교할 수 없는 가치이다.
- 실험적 가치: 사실 큰돈을 벌겠다는 야심보다는 "전시회 입장료 정도의 금액으로 거장의 작품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가슴 설렜다. 실패해도 '관람료 냈다'고 치면 그만인, 가벼운 실험으로 시작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5. 1만 원으로 시작한 거장의 파트너십
13억 원(당시 폰타나 작품의 공모가격)이라는 압도적인 금액 앞에서, 예전 같으면 그저 멀리서 감상만 하고 돌아섰을 것이다. 하지만 조각투자는 나에게 루치오 폰타나라는 거장과 파트너가 될 기회를 주었다.
단돈 1만 원. 나는 이 금액으로 숫자로 된 코드를 사는 대신, 거장의 철학이 담긴 캔버스의 한 조각을 선택했다. 이것은 단순한 돈의 이동이 아니라,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이 '감상'에서 '전략적 소유'로 진화한 첫 번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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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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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테크 심화편]
사라진 성수동 전시장, 그리고 5년의 기다림. 제도권 금융(STO)으로 편입되는 조각투자의 현재와 실제 수익 사례는 2편에서 계속 (👉바로가기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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